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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 기술 설명

안마리노 2007. 11. 26. 16:26
기존 반도체보다 속도·효율 1000배 빠른 ‘초전도 기술’
[2007.11.25 22:22]
헬륨가스를 절대온도 4.2K(켈빈·절대온도 단위)에서 액화하는 데 성공한 네덜란드 과학자 온네스는 1911년 저온에서 금속의 저항을 실험했다.

온네스는 이 액체헬륨으로 고체수은을 냉각하면서 전기 저항을 측정하던 중 액체헬륨의 기화온도인 4.2K(영하 269도) 근처에서 수은의 저항이 갑자기 0으로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서서히 떨어지던 전기 저항이 임계온도를 넘어서자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이다. 바로 초전도 현상을 발견한 순간이다. 온네스는 2년 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초전도를 아시나요

대부분의 물체는 전류가 흐르면 전기 저항이 발생하며 열이 나게 된다. 전류의 제곱과 전기 저항을 곱한 만큼 발생하는 이 열은 에너지 손실분과 같다.

초전도현상(Superconductivity)이란 어떤 물질이 일정 조건 하에서 전기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특성과 자기장을 배척하는 완전반자성 특성을 갖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리고 전기 저항이 ‘0’인 초전도체는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 많은 양의 전기를 손실 없이 먼 곳으로 보낼 수 있다.

초전도체가 되기 위한 조건에는 온도, 자기장의 세기 및 전류 밀도 등이 있다. 상온에서 초전도성을 나타내지 않는 물질이 적절한 조건 하에서 초전도체로 변하는 것을 정상 상태에서 초전도 상태로의 전이라고 한다.

또 초전도체가 외부자기장과 통전전류가 없는 상황에서 초전도성을 나타내는 최고의 온도를 임계전이온도라고 한다. 초전도 물질들은 각각 고유의 임계전이온도를 가지며 보통 저온초전도체들은 이 온도가 영하 253도 이하다. 초전도체는 다른 말로 ‘완전도체’라고도 한다.

■전기저항이 ‘0’이 되는 원리

대부분 전기를 잘 흘려보내는 금속 내부를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물질을 이루는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격자구조를 갖고 있다. 그 안에는 전기 흐름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자유전자들이 있는데 이들은 원자들과 충돌 등을 일으키며 무작위 방향으로 운동을 한다.

그러나 외부에서 어떤 전압이 걸리면 전위차가 생기고 그 방향으로 일제히 움직이는 힘을 받게 된다. 이때 열적 효과에 의해 생기는 격자들의 진동 또는 물질 내부의 불순물 및 결함들로 전자들의 충돌량이 많아져 전자들이 갖고 있는 운동에너지를 잃어버리고 이동 속도가 늦어지는데 이것이 전기 저항이다.

극저온에서 순도가 높은 금속의 전기저항이 작은 이유는 불순물 및 결함들이 없고 격자들의 열적 진동도 거의 존재하지 않아 이동 전자들이 적은 충돌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육상의 장애물 경기에서 장애물의 수와 정도에 따라 얼마나 쉽게 또는 방해 없이 달릴 수 있는지와 같은 원리다.

■어디에 쓰이나

초전도의 이런 두 가지 성질은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이 가능하다. 초전도의 완전반자성 성질을 이용하면 시속 500㎞ 이상의 속력으로 공중에 떠서 주행하는 자기부상열차를 만들 수 있다. 완전반자성이란 외부의 자기와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자화되는 성질을 말하는데 자기부상열차는 레일에 깔린 영구자석과 초전도체의 완전반자성을 기반으로 공중에 뜰 수 있는 것이다.

기존 구리 도체를 초전도체로 바꾸면 전기 저항에 의한 에너지 감소가 없어 심야 잉여전력 등을 저장하고 바로 꺼내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저장장치, 기존 반도체에 비해 속도와 효율이 1000배 이상이면서 가정용 컴퓨터 크기인 슈퍼컴퓨터 등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이 밖에도 최근 연구가 활발한 차세대 에너지원 핵융합에서도 초전도는 필수적으로 쓰인다. 지난 9월 완공한 차세대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초전도 기술이 핵심이다. 핵융합 장치에선 자기장을 이용해 플라스마를 일정한 공간에 가두는데 이를 위해 초전도 자석이 쓰인다.

이 밖에도 초전도는 단백질 구조를 해명할 수 있는 초고자장 영상장치, 강력한 전자파를 발생해 주변의 전자기기를 파괴하는 전자기폭탄, 미세한 우주전파까지 검출할 수 있는 광대역 초전도체를 이용한 전파망원경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돼 쓰인다.

■미래 에너지분야 핵심

다양한 초전도기술의 응용분야 중 최근 초전도 전력기기가 미래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초전도 전력기기는 전기저항이 0인 특성을 이용해 효율이 높으며 낮은 전압으로 매우 큰 전력을 사용할 수 있어 기존 초고압 설비를 없애고 간단한 저전압 설비로 대체할 수 있다. 또 지구를 몇 개의 전력 융통 네트워크로 묶어 전기 무역도 가능케 함은 물론 세계 에너지자원 한계 문제에 적극 대처할 수 있게 한다.

초전도 전력기기들은 높은 효율과 친환경성, 대용량화 등 획기적 발전을 이루고 있는 상황. 관련 세계시장 규모는 오는 2020년 8조원 수준에서 2030년에는 76조원 규모로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초전도 전력기기는 실제 전력계통에 30% 적용해 30년간을 사용할 경우 전력손실 감소, 탄소세 감소, 전력 설비비용 감소 등의 이익으로 약 25조원의 부가가치가 발생하는 것으로 예측된 바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1년 차세대초전도응용기술개발사업단을 설립하고 이 분야 연구에 뛰어들었다.

한국전기연구원 류강식 박사는 “오는 2011년까지 구리도체의 100배 이상의 전류를 손실 없이 흘릴 수 있는 초전도 선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 기존 전력기기 대비 손실과 크기, 중량을 50% 이상 줄인 다양한 전력기기들을 개발할 것”이라며 “초전도 전력기기 기술이 개발되면 다른 관련 초전도 기술로의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향후 우리나라를 이끌 다양한 기술 개발에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

■사진설명=일본에서 개발한 자기부상열차. 초전도의 특성인 완전반자성을 이용해 만들었다. 작은 사진은 기존의 구리선(왼쪽)과 단위면적당 250배 많은 전류를 흘려보낼 수 있는 초전도 선(오른쪽)